마음에 드는 집을 찾고, 부동산에서 계약서를 앞에 두고 앉으면 그 순간만큼은 매우 설레이는 게 사실입니다. 드디어 내 공간이 생긴다는 기분, 이사 후 어떻게 꾸밀지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그 느낌 말이죠.
근데 요즘은 그 설렘보다 불안감이 먼저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뉴스에서 전세보증금 사기 피해 소식이 워낙 자주 나오다 보니, 계약서에 도장 찍으면서도 ‘이 집주인 괜찮은 사람 맞나?’ 또는 ‘이 집 혹시 깡통전세 아닌가?’ 하는 별의별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게 됩니다. 나만의 집을 구하는 게 기쁜 일인데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부터 두려운 일이 돼버린 것 같아 조금은 씁쓸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주변에서도 전세 피해 얘기가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그 동네 빌라 집주인이 잠적했다더라’, ‘보증금 못 받고 소송 중이라더라’ 같은 이야기들 말이죠. 남의 일 같았던 게 점점 남의 일이 아닌 것 같아지는 느낌이라 할까요?
전세사기가 무서운 건 한 번 당하면 되돌리기가 정말 어렵다는 것입니다. 법적으로 싸워도 몇 년이 걸리고, 그 사이 전세보증금은 묶이고 생활은 크게 흔들립니다. 그래서 사고 난 뒤 대응보다 계약 전에 위험 요소를 미리 걸러내는 게 훨씬 중요한데요.
다행히 지금은 전세 계약 전에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어렵지도 않습니다. 딱 30분만 투자하면 내 전세보증금을 지킬 수 있는 안전장치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습니다.
전세 계약 전, 이렇게 하시면 안됩니다
- ‘집주인이 좋아 보여서‘ 믿고 넘어간다.
인상이 좋고 말이 잘 통한다고 해서 임대인 정보 확인을 건너뛰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실제로 전세사기 피해자 중 상당 수가 ‘집주인이 성실해 보였다’ 또는 ‘집주인이 믿을만해 보였다’라고 말합니다. 사람은 인상으로 판단하시면 안되고, 특히 공적 기록(상습채무불이행 등)을 절대 대신할 수 없습니다. - 등기부등본을 계약 당일에 처음 본다.
계약 당일 공인중개사가 내민 등기부등본을 그 자리에서 처음 보는 경우도 매우 많습니다. 그러나 계약 직전 추가 근저당이 설정되는 경우도 있고, 당일 발급본과 사전에 확인한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계약 당일 아침에 반드시 직접 다시 발급해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 깡통전세인지 모르고 계약한다.
‘깡통전세’라는 단어는 많이들 들어보셨지만 정확한 의미를 모르는 분들도 많습니다. 전세보증금과 대출금을 합쳤을 때, 집값의 80%가 넘으면 깡통전세입니다. 깡통전세는 집값이 조금만 내려가도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는 구조입니다. 집이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이 조건에 해당되면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 전세보증보험 가입 시기를 놓친다.
‘나중에 가입하면 되지’라고 미루다가 계약 기간이 절반을 넘어가 버리면 더 이상 가입할 수 없습니다. 전세보증보험은 계약 기간의 절반이 지나기 전에 반드시 가입하셔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계약 직후 바로 가입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전세보증금 지키는 3가지 방법 – 중요
그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세보증금 지키는 3가지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바쁘시더라도 이번 단락이 가장 중요하니 꼭 읽어보셔야 합니다!
임대인 정보 확인
전세사기 피해의 대부분은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서 발생합니다. 전세 계약 전에 집주인이 과거에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이력이 있는지 미리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홈페이지에서 ‘상습채무불이행자 명단’을 통해 악성 임대인을 조회해 볼 수 있습니다. 회원가입 없이 무료로 이용 가능하고, 이름·나이·반환하지 않은 채무액·채무불이행 기간까지 상세하게 공개되어 있으니 전세 계약 전 꼭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 조회 경로 : ‘국토교통부 홈페이지’ 접속 -> ‘정보공개’ 선택 -> ‘상습채무불이행자명단’ 선택
여기서 한 가지 더 팁을 드리면, 계약을 도와주는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의 자격 여부도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불법 중개업자에 의한 피해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인데요. 국가공간정보포털 또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홈페이지에서 공인중개사 및 중개보조원의 자격 조회가 가능합니다.
- 조회 경로 :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홈페이지’ 접속 -> ‘정보마당’ 선택 -> ‘개업 공인중개사 검색’ 선택
깡통전세 확인
깡통전세란 ‘전세보증금 + 대출금의 합계가 집 시세의 80% 이상‘인 경우를 말합니다. 집값이 조금만 떨어져도 집주인이 대출을 갚고 나면 보증금을 돌려줄 여력이 없어지는 구조입니다.
확인 방법은 두 단계입니다.
① 집 시세 확인 –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링크이동)‘에서 해당 주소의 최근 매매 실거래가를 확인하셔야 합니다. 주변 유사 매물의 호가도 함께 보면 더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② 대출금(근저당) 확인 – ‘대법원 인터넷 등기소(링크이동)‘에서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근저당 설정 금액을 확인하셔야 합니다. 발급 비용은 700원으로 저렴하고, 공인인증서 없이도 발급할 수 있습니다.
계산 방법도 간단합니다.
- (전세보증금 + 근저당 설정금액) ÷ 집 시세 × 100
이 값이 80% 이상이면 깡통전세 위험이 있습니다. 아무리 집이 마음에 들어도 이 조건에 해당된다면 다른 집을 찾는 게 낫습니다. 대출이 없더라도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거의 없는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이제 임대인 확인도 했고 깡통전세도 아니라면, 마지막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하셔야 합니다. 계약 전에 아무리 꼼꼼히 확인해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인데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임대인이 전세 계약 만료 후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대신 보증금을 반환해 주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내 전세보증금에 보험을 드는 거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가입 조건
- 수도권 : 전세보증금 7억원 이하
- 그 외 지역 : 전세보증금 5억원 이하
가입 가능 기간은 전세 계약 기간의 절반(1/2)이 지나기 전까지 입니다. 2년 계약이라고 가정하면, 1년이 지나기 전에 반드시 가입하셔야 합니다. 미루다가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으니, 계약 직후 바로 가입 절차를 밟는 게 가장 안전합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은 ‘HUG(주택도시보증공사) 홈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전세 계약 당일에도 다시 확인하세요
전세 계약 전에 아무리 꼼꼼히 확인했더라도, 계약 당일 아침에 등기부등본을 한 번 더 발급해서 확인해 보는 것이 무조건 좋습니다. 계약 직전에 근저당이 추가되는 경우가 실제로 있기 때문입니다. 700원짜리 확인 하나가 소중한 내 전세보증금을 지켜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계약서 작성 후에는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그날 바로 받아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관할 주민센터 방문 또는 정부24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도 가능합니다. 이 두 가지가 완료돼야 법적으로 보증금 보호를 받을 수 있으니 반드시 해두셔야 합니다.
마치며
전세 계약은 내 전 재산을 걸고 하는 계약입니다. 월세처럼 매달 나가는 돈이 아니라 한 번에 목돈이 오가는 구조라, 한 번 잘못되면 회복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오늘 소개한 방법들이 다소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악성 임대인 조회하고, 깡통전세 계산하고, 반환보증 가입하고, 계약 당일 등기부등본 다시 떼고. 솔직히 귀찮습니다.
근데 이걸 다 하셔도 한 시간도 안 걸립니다. 그 한 시간이 내 소중한 전세보증금을 지켜줄 수 있습니다. 지나치다 싶을 만큼 꼼꼼하게 챙기는 게, 전세 계약에서는 정답이라는 점 꼭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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